국내에서 가장 이른 시기의 직금해치흉배 출토안동김씨 익원공파 길안군 종중에서 경기도박물관에 출토복식 40여점 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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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묘소의 주인은 무덤 앞의 묘비와 묘소 주변에 함께 묻는 묘지명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 경우에는 묘비와 묘지명이 발견되지 않아 묘소의 주인을 가리기 어려웠으나, 출토유물 중 명정(銘旌)에서 ‘밀양박씨(密陽朴氏)’라는 글씨가 확인되었고 안동김씨 족보를 통해 김귀(金龜)의 부인인 정부인(貞夫人, 정·종 2품 문무관의 부인에게 주던 작호) 밀양박씨로 추정할 수 있었다.
안동김씨 익원공파는 조선 전기의 대표적인 사대부 가문이며, 김귀는 조선의 개국공신 1등에 봉해진 익원공(翼元公) 김사형(金士衡, 1341∼1407)의 7대손으로 1543년 무과에 급제하고, 상원군수(祥原郡守)을 지낸 인물이다. 김귀의 부인 밀양박씨는 생몰년을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수습된 복식에서 저고리의 넉넉한 품과 깃의 형태, 소매가 짧은 여성 예복인 단령형 원삼 등 임진왜란 이전, 조선 전기 사대부 가문 여성 복식의 전형적인 특징이 나타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도박물관이 소장한 16세기 중엽의 연안김씨 묘 출토복식과 고려대박물관 소장 파평윤씨(?∼1566) 묘 출토복식과도 유사성이 높다.
수습된 40여점의 복식 중에는 직금해치흉배가 있는 소매가 짧은 단령형(團領形) 원삼과 더불어 나비, 벌, 연꽃무늬가 화려한 단령형 원삼이 1점 더 있는데, 직물조직이 성글어 하절기용으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예복용 원삼 2점이 한꺼번에 출토된 경우는 이번이 최초이다. 이외에도 직금단저고리, 접음단치마, 여성용 쓰개인 너울 등 다양한 복식이 발견됐는데, 이는 임진왜란 이전의 16세기 중엽 사대부 가문 여성의 복식 문화를 알려주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특히 목선이 둥근 형태인 단령형 원삼의 직금해치흉배는 직금 특성 상 전체적으로 보존상태가 좋지 않지만 갈기, 꼬리, 발톱 등 해치로 추정할 수 있는 특징을 갖추고 있어, 조선전기 복식유물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인되는 귀중한 사례이다. 흉배는 조선시대 문무관리의 관복에 장식해 상하의 계급을 뚜렷하게 나타내던 표식으로 1454(단종 2년)에 처음 제정되었는데, 문관은 공작, 운학, 백한 등 날짐승을, 무관은 호표, 사자, 해치 등의 길짐승 무늬를 넣어 품계를 구분하였다.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해치흉배는 조경(趙儆, 1541∼1609) 묘에서 출토된 것인데, 이번에 수습된 것은 이보다 이른 시기의 것으로 추정되며, 특히 남성의 관복이 아닌 여성의 예복에 사용된 특별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원삼과 함께 출토된 너울은 조선시대 여성의 쓰개류의 일종으로 얇은 천이 너울거리는 물결모습을 닮았다 해 붙여진 이름인데, 조선 초기에는 궁중과 양반계급 여성들이 말을 타고 외출할 때 사용했다. 현재까지 출토된 너울은 모두 5점에 불과해 희소성이 높은 귀한 유물이다.
경기도박물관은 무덤에서 출토된 복식의 경우, 매장됐던 환경과 크게 다른 환경에 노출될 경우 부패가 급격히 진행되므로 복식 유물을 수습한 후 긴급히 보존처리하고 있으며, 향후 학술조사를 거쳐 일반인에게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직금해치흉배:별도로 제작해 부착한 것이 아니라 바탕 직물에 별도의 금실을 넣어 해치무늬를 표현한 흉배
※명정(銘旌):죽은 사람의 신분을 밝히기 위해 품계, 관직, 성씨를 기록한 기(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