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그 주홍글씨를 안고 사는 사람들

허강무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 수원보호관찰소 전자감독 계장(기고)

권애리 | 기사입력 2019/06/18

전자발찌, 그 주홍글씨를 안고 사는 사람들

허강무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 수원보호관찰소 전자감독 계장(기고)

권애리 | 입력 : 2019/06/18 [11:20]

전자발찌가 성폭력 등 강력범죄에 대한 특단의 대책으로 등장한 지 10년이 지났다. 연이은 아동 성폭력 살인사건 등으로 인해 2008. 9. 1. 제도가 전격 시행되었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범죄자의 인권과 낙인효과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상당하였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전자발찌의 현주소는 어디일까.

 

전자발찌 대상자들은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 산하 일선 보호관찰소에서 관리하고 있다. 전자발찌 외에도 보호관찰소의 업무는 생각보다 다양한데, 핵심은 범죄인을 구금하지 않고 사회 내에서 재범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아무나 보호관찰을 받게 되는 것이 아니라 범죄사실이 중하지 않거나 성실히 복역하여 가석방된 사람 등이 주요 관리대상이 된다. 다만 전자발찌 대상자의 대다수는 형기를 다 마친 후에 재범 방지를 위해 국가의 추가적인 관리를 받는다는 측면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보호관찰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 동안 ‘보호관찰소=전자발찌=성폭력’이라는 공식이 성립돼 버렸다. ‘지도하고 보살피며 도움으로써 건전한 사회복귀를 촉진한다’는 「전자장치부착법」 제1조(목적)는 외면 받고 전자발찌 자체가 추방과 배제의 상징이 되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들을 관리한다는 이유만으로 보호관찰소를 가까이 두지 않으려고 한다.

 

모두가 기피하는 범죄인을, 그것도 이러한 환경 속에서 성공적으로 사회에 정착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인력사정도 좋지 않아서 전자감독 업무는 보호관찰소 내에서도 직원들이 기피하는 업무가 되었다. 5, 6일에 한번씩 24시간 근무를 서며 경보에 대응해야하고(근무 후에 바로 퇴근하기도 어렵다), 대상자들과 수시로 통화를 해야 하기 때문에 퇴근이라는 개념이 없다. 전자발찌 훼손 등 비상상황이라도 발생하면 며칠씩 밤을 새는 것은 기본이고, 규정에 따라 최선을 다해 지도했음에도 각종 언론과 감사의 표적이 된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이 언제 벌어질지 모르기에 전담직원은 늘 불안하고 긴장된 시간을 이어간다.

 

하지만 이러한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사명을 다하는 보호관찰관들이 있었다. 그 덕분에 제도 시행 전 14.1%에 이르던 성폭력 동종재범률은 2% 이내로 안정되게 관리되고 있다. 전자발찌는 더욱 개선되었으며, 재범하거나 전자발찌를 훼손하더라도 신속하게 검거하여 추가 범죄를 막을 수 있게 되었다. 일부 사건사고로 인해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분노하는 경우도 분명 있었으나, 지난 10년간 전자발찌가 공공안전을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자리 잡은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공공안전의 측면에서 올 들어 인력사정이 다소 개선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아무리 전자장치가 개선되고 수많은 정보를 수집한다 하더라도, 결국 이를 분석하고 활용하여 범죄를 예방해야 할 사람은 보호관찰관이기 때문이다.

 

그간 대상자의 급격한 증가에도 인력증원은 미미하여 작년 말 전담직원 1인당 사건수가 20건에 육박했지만, 올 4월 약 30명이 증원되면서 1인당 16건 수준으로 증가세가 한풀 꺾였다. 우리 수원의 경우만 하더라도 기존에 겨우 1팀만 운영하던 전자감독 신속대응팀을 2팀으로 확대 운영하면서 더욱 촘촘히 시민의 안전을 챙길 수 있게 되었다.

 

다만, 그 정도 규모의 인력증원 만으로는 2팀 운영에 필요한 인원이 확보되지 않아, 전담직원들은 근무주기가 더 짧아지고 초과근무 시간도 월 20, 30시간씩 더 늘어나게 되었다. 2팀을 운영하게 된 기관도 서울, 인천, 수원, 광주 등 대도시 4개 기관에 불과하고, 인력이 부족하여 다른 기관과 공조하여 신속대응팀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전담직원의 피로는 계속 누적되고 있음에도 시민들이 안심하기에는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오늘날 전자발찌가 주홍글씨가 되버린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렇다고 모든 전자발찌 대상자를 사회와 격리할 수도 없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들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지도하고 도와야 한다. 주홍글씨를 안고 사는 보호관찰관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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